어려웠던 어린 시절, 장학금을 지원받아 공부했던 학생이 어른이 되어 자신을 지원했던 어른을 찾아가 말했습니다. “선생님, 장학금까지 주시며 지원해주셨는데, 성공한 사람이 못되어 죄송합니다.” 송구한 마음에 풀이 죽은, 어른이 된 어린학생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그 어른은 말했습니다. “성공한 사람이 되라고, 장학금을 준 게 아니다.”

살다보면 잘 살고 있는 건가 회의가 밀려오는 날이 있습니다. 우연히 그런 날, 생각을 쫓아버리려 OTT를 의미없이 둘러보다, ‘어른 김장하’를 만났습니다. 앞머리를 좀 보다보니, 이름이 낯익어 검색을 해보았습니다. 아, 문형배 전 헌법재판관이 인사청문회때 ‘김장하 선생’을 언급한 짧은 영상을 보았던 기억이 났습니다.

한평생 한약방을 운영하며 번 돈을 또 평생에 걸쳐 사회 곳곳에 기여한 ‘김장하’라는 인물의 일대기입니다. 한사코 인터뷰 하길 거부하는 김장하 선생을 졸졸 쫓아다니며, 때론 김장하 선생을 아는 사람들을 찾아 그와의 일화를 듣는, 우여곡절 없이 잔잔한 다큐멘터리입니다. 그런데도 한장면조차 놓치고 싶지 않을 만큼 몰입해 보았습니다. 세상에 좋은 어른이 있구나 싶어 마음이 포근해지면서도, 또 다른 한편에선 서글프기도 했습니다. 유독 좋은 어른이 곁에 없음을 슬퍼하는 요즘이어서 더 그랬을 겁니다.

그러면서 또 한편 생각합니다. 나는 좋은 어른일까. 좋은 사람일까. 팍팍하다는 말로는 설명이 어려운, 요즘 세상에 ‘좋은’ ‘어른’을 생각해봅니다. 앞만 보고 달리지만 말고, 우리 어느 한 순간은 멈춰서서 생각해보는 게 어떨까요. 이번주 일목요연 출발합니다.